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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메타버스 속 공간 속에서 업무 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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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동훈 위스콘신 주립대 경영대학 교수 (shind@uww.edu) | 작성일 2021년 10월 25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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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무용한 것을 좋아하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은 달, 별, 바람, 꽃처럼 무용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조선 최고의 부잣집 출신이라는 부유함 덕분에 갖게 된 그만의 보헤미안적 취향일 수도 있지만,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 아닐까. 

 

날씨가 추운 미국 북부와 캐나다에 꽤 오래 살면서 나의 관심을 끈 것 가운데 하나는 봄이면 사람들이 자기 집 근처에 각종 꽃과 관목, 나무, 그리고 무용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잔디밭 관리를 참 열심히도 한다는 것이다.

 

저기다 텃밭을 가꿔서 이것저것 심으면 먹을 것도 나오고 훨씬 낫지 않겠냐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많은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써가며 잔디밭을 관리하는데 진심인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핼러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의 시즌이 되면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한 달 전부터 테마에 맞춰 집 안팎을 장식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런 모습들 속에서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사람들은 왜 일견 무용해 보이는 일에 시간과 돈을 쓸까? 

 

아바타 구찌 옷을 정말 돈 주고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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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북의 메타버스 서비스 호라이즌.>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버즈워드(Buzzword)를 하나 꼽으라면 아마 메타버스(Metaverse)가 아닐까? 

 

메타버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메타버스가 차기 컴퓨팅 플랫폼이 될 거라고 주장하며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타인들과 함께 놀고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넓은 개념 속에서 좀 더 구체적인 특징은 먼저 현실 세계의 나를 대신하여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아바타가 활동한다는 점이다. 

 

아바타들이 활동하는 디지털 공간은 게임처럼 온오프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처럼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붙지는 않았지만 과거에도 존재했던 개념이나 서비스들의 기술적 한계가 극복되고 인터넷 속도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더 세련되고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메타버스를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페이스북이나 틱톡 등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 그곳은 많은 기업과 조직들에게 기회의 장이 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는 동물의 숲에 선거캠프를 섬으로 만들어 공개하고 젊은 유권자 층을 겨냥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유명 가수들은 십대들에게 인기 있는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를 통해 자신의 콘서트를 열거나 신곡을 공개하기도 하고 기업들은 메타버스형 게임이나 플랫폼에서의 마케팅 활동을 확대해 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VR 기술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메타버스가 실제 구현된 디지털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실에서 자신의 집이나 패션에 신경 쓰는 것과 버금갈 정도로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 속에 자신의 아바타와 디지털 공간을 꾸미는 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메타버스의 특징을 갖춘 서비스로 싸이월드를 꼽곤 한다. 돌이켜보면 2D 공간의 미니미와 미니룸을 꾸미기 위해 도토리를 열심히도 사 모았던 것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젊은 고객들의 마케팅에 아바타를 적극 활용해온 패션 브랜드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바타 그 자체를 제품 판매의 대상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 속 자신의 캐릭터나 아바타에게 실제 돈을 지불하고 구찌나 루이뷔통 같은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히기도 한다. 

 

소위 ‘아바타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Direct to Avatar, D2A)’ 시장이다. 

 

몇 천 원이든 몇 만 원이든 실제로 입을 수 없는 명품 브랜드의 의상을 돈을 주고 구매해서 온라인 세계 속 아바타에게 입힌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거나 과한 사치재라는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해나 호불호를 떠나서 현실에서의 명품이 가진 기능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있는 디지털 공간 속의 자신인 아바타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실제의 구매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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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의 메타버스 사옥 관련 기사>

 

개개인에게 유용한 툴로 진화하는 메타버스

국내 부동산 중계 플랫폼 기업인 직방은 최근 놀라운 시도를 했다. 회사의 사옥을 없애고 메타버스 공간 속에 실제 회사의 모습을 똑같이 구현했다.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지만 다른 기업들과 달리 직원들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내의 사옥으로 출근을 하고 근무를 하도록 한 것이다. 

 

로그인을 하면 회사 사옥의 정문으로부터 개개인의 책상, 그리고 협업의 공간인 회의실은 물론이고 탕비실이나 엘리베이터, 휴식 공간까지 실제 현실 세계의 회사 공간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런 움직임은 초거대 기업이 미래의 컴퓨팅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인기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자신의 홍보를 위해 메타버스형 게임이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업무와 생활을 위해 메타버스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더 생생하게 보여준다. 

 

신기하고 재미있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잔디밭 관리와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정해진 시간에 줌(Zoom)을 켜서 ‘효율적’으로 필요한 회의에 참가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아바타를 움직여서 회사 일층의 회전문을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고 시간을 들여 자기 자리까지 가는 수고를 하지? 

 

사실 메타버스로 구현된 회의실에 들어가 대화가 시작되면 같은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그 이후로는 줌이나 웨벡스(Webex)가 제공하는 화상회의 시스템과 거의 같은 기능이 구현되는데 화상회의 장으로 이동하기까지,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 놓여있는 나의 자리로 출근하기까지의 모든 움직임과 시간은 결국은 무용한 디지털 장식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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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직방과 협력하여 메타폴리스 내에 구현한 사옥>

 

메타버스 업무공간의 특징이 주는 유용성

자 그럼 애초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무용해 보이는 것에 돈을 쓰는 사람의 마음은 무엇일까?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이런 활동이 실제로는 유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볍게 보이는 것과 달리 메타버스가 유용성을 보이는 이유 가운데 업무 툴로 활용했을 때의 가치와 특성을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특징은 공간의 지속성이다. 정해진 시간에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지는 휘발성(Fleeting) 공간인 줌의 회의실과 달리 메타버스의 개인 사무실과 회의실은 24시간 365일 현실의 사무실처럼 존재한다.

 

목적에 맞게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는 줌 서비스 상의 회의실을 꾸미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미니룸이나 현실 속 사무실과 같이 나의 공간으로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면 가족사진도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본인이 받은 상이나 자격증처럼 자랑스러운 것들로 장식도 하고, 꽃이나 식물처럼 공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들로 채우는 것은 현실 속 사람들의 니즈와 닮아있다. 

 

두 번째는 공동의 공간에 다른 사람들의 아바타와 함께 있게 되는 연결성으로 인해 나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인기 미드인 ‘위기의 주부들’에서 주인공인 브리가 “내 집의 앞마당은 나의 얼굴이야”라고 말하는 심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나의 업무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욕구와 일맥상통한다. 

 

다른 사람들이 수시로 방문할 수 있는 나의 디지털 업무 공간 역시 나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특징은 ‘묘한’ 현장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바타가 복도를 걸어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실에서 다른 아바타들과 함께 앉아있는 행위 자체가 특별한 가치를 더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약 2년간 부정기적인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다양한 화상회의를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위 ‘줌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 

 

필자의 학교에서도 교수 회의와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학교라는 공동체를 단절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오프라인 회의의 재개를 주장하는 구성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 구성원들이 바라는 정도의 현장감을 메타버스 상의 회의에 구현하려면 영화 킹스맨이나 어벤저스에서 홀로그램화된 삼차원 영상으로 서로 같은 회의실에 앉아있는 정도로 증강현실(AR) 기술이 고도화돼야 하지만 아직은 기술력은 물론 기기의 소형화에 있어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나의 정체성이 부여된 아바타가 온오프가 확실한 줌의 단절감을 넘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묘하게 현장감 있는 협업 환경을 제공해 준다.

 

이런 메타버스 업무 공간의 특징이 반영된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선을 보이며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메타버스형 협업툴인 게더타운이다. 필자 역시 이 서비스를 통해 회의나 공동작업을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나는 십여 년 전 사용하던 싸이월드의 미니룸에 동물의 숲 게임에서 보이는 아바타의 이동성이 추가되고 줌과 같은 화상회의 기능이 결합된 형태라는 느낌을 받는다. 

 

앞서 언급한 지속성의 특징대로 유저가 로그인을 해서 이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 디지털 공간은 현실과 동시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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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게더타운 사무실.>

 

내 사무실에 방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 들어오면 현실 세계의 나에게 알림이 온다. 같은 사무실에 있더라도 서로의 아바타가 충분히 가까이 있지 않으면 마이크와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다. 

 

현실에서의 대화처럼 일정한 거리로 서로의 아바타가 접근하면 마이크와 카메라가 작동하며 줌과 같이 화상이 포함된 대화를 할 수 있다.

 

내 사무실에 방문한 아바타는 사무실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거나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게임을 하거나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무실의 곳곳을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디자인하고 채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현재는 베타서비스 단계라서 사무실이나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지만 메타버스형 게임들이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으로 아바타용 패션 제품들을 선보였던 것처럼 사무실을 중심으로 공간이 구성된 게더타운용 가구, 사무용 기기, 인테리어 등의 제품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의 호라이즌 등 다양한 메타버스 시스템과 생태계가 존재하고 또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관련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시장이 디지털 공간으로 확대되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다른 분야의 기업이 IT 인력을 채용하는 목적은 데이터베이스나 전자상거래 채널의 관리와 같은 기술 지원적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메타버스 세계에서의 기회를 창출하려는 기업이라면 단지 로고나 브랜드를 빌려주는 것에서 나아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표현되면서도 디지털 공간에 특화된 가구나 패션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IT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더 많이 채용해야 할 것이다.

 

실제 프로그램 개발 회사들은 업무 특성상 메타버스 협업 시스템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에자일(Agile)한 개발 과정이 일상화되고 있고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협업과 개인 과제 사이를 오고가는 특성이 메타버스형 협업 툴의 성격과 잘 맞기 때문일 것이다. 

 

한 프로그램 개발 회사의 대표에 따르면 팀원들이 현실 세계의 사무실에서와 유사하게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고 화장실도 가는 것이 재미와 현장감을 주는 것은 물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택근무를 할 때보다 덜 외롭다고 한다. 

 

비대면 원격 근무가 뉴노멀로 자리 잡아가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가진 아바타를 통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메타버스 방식의 업무 시스템은 효율성에 재미와 현장감을 더해가며 더욱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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