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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지속가능한 한량질 / 남윤주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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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윤주 블랙야크 차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4월 0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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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윤리적 패션허브 아카이빙 북<The Story>>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 데이

까만 머리 까만 눈의 사람들의 목마다 걸려있는 넥타이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가” 

 

오랜 만에 신해철의 ‘재즈카페’를 들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다 외울 정도로 익숙했던 이 가사가 오늘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이 낯설음은 아마도 학창시절을 보낸 90년대의 ‘나’와 어느 새 도시인이 된 지금의 ‘내’가 동시대에 마주한 시대관의 ‘다름’이었을 겁니다. 

 

90년대는 이른바 ‘3저 호황’(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으로 부(富)가 사회적으로 급속하게 풀렸던 시기였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고 베를린 장벽마저 무너지며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가 공식화되며 모두가 부의 축적을 위한 한 곳을 향해가던 시기였죠. 

 

그 시절에는 소수 예술가들만이 저항적이고 반문명적인 메시지와 함께 ‘인간성의 회복’을 놓고 고독한 사색을 하고 그들을 추종하는 팬덤이 존재할 뿐 “부모가 정해놓은 길을 선생님 가르치는 대로 친구들과 경쟁하며 걷는다<신해철, 껍질의 파괴>”처럼 살아야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며 살 순 없었을 겁니다. 

 

2016년 4월 호쯤 이었을까요. 명품 브랜드 광고 대신 심도 있는 피처 기사를 강화하겠다는 유명 남성지 편집장의 공식 선언이 있었습니다. 그는 열심히 일하면 훗날 고급 시계를 차고 외제 승용차를 탈 수 있다는 젊은 층의 환상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적 흐름을 직시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그들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들일 테지요. 이들은 점점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다른 세상에 살았던 부모세대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자기 욕망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개척해나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니 물질에 대한 과시보다는 고전, 철학, 인문학 등 내면을 탐구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욕망이 점차 커지고 그런 경험이 부의 축적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죠.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개인 미디어를 통해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점차 영향을 주고받고 확산되는 집단지성은 기존질서를 붕괴시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확산되기 시작한 2016년 즈음 이런 변화의 조짐들이 패션산업과 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한 성장 목표)의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그 해 6월에 열린 칸 라이언즈(칸 국제광고제)에서 한 기조연설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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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s는 2015년 UN에서 모두가 합의 한 Global Goals로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2030년까지 다 같이 달성하자고 약속한 17가지 목표입니다. 그는 이러한 SDG’s의 메시지인 기근, 인권, 여성, 난민 등을 주제로 광고 캠페인을 만들어 줄 것을 WPP 등 세계 6대 광고지주사 회장들과 광고인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용기가, 자본이 움직이는 방향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기업의 CSR 활동이나 단발적인 친환경 캠페인과는 달리 브랜드 애티튜드, 브랜드 액티비즘, 혹은 브랜드 저널리즘 차원으로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들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보다 앞선 2016년 2월, 버버리와 톰포드·베트멍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패션위크 불참을 선언하며 전 세계 패션계에 충격을 준 바 있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모든 것이 생중계되는 시대에 지금 보는 제품을 반년 후에나 접할 수 있다는 발상이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구찌는 다양한 뮤럴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도시에 활력을 주며 재생시키는 ‘아트월’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수십만 개의 피드를 전파시켰죠.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글로벌 패션업계의 이러한 행보는 이 전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했음을 인정하고 소수 패션 기득권들이 가지고 있던 오만함과 우월감을 내려놨다는 걸 시사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이동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디지털 생태계를 주축으로 상품기획, 유통, 마케팅 등 전 방위적인 전략 수정을 감행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들의 지금 같은 행보의 사례분석을 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팔아라’라는 책이 미국에서는 이미 2015년에 출시된 데 반해 아직 대부분의 한국 패션 기업 내부에서는 사업부마다 관점의 간극이 큰 것도 현실입니다. 

 

실제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는 경험의 정도에 따라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격차가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자들간 소통의 어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죠. 아마도 대부분 기업, 정부기관 등 예산을 집행하는 조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일 것입니다. 

 

이런 변곡점의 시대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지점은 서로에 대한 디지털 격차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열정, 노력과 같은 소통 기술일 것입니다. 

현재의 패션산업에서 인권, 환경, 지속가능성은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입니다. 패션산업은 석유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산업이기 때문이죠. 

 

아름다운 모델과 가성비만을 앞세워 욕망을 부추기는 것은 의류 생산과 폐기에 이르는 불편한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패션 산업을 윤리적인 방법으로 지속가능 하게 한다는 건 기존의 모든 관습과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윤리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글로벌 초 연결시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패션이 가진 영향력과 가장 동시대 적인 방식으로 누가 만들었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입을 것인지 국내기업들의 관심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느리지만 ‘함께’ 지속가능 한 길이 그 어느 길 보다 ‘빠른’길이 될 테니까요.  

 

경력사항

  • 現 에딧시티 프로젝트 대표 / 現 UN SDGs 협회 전문위원
  • 前) 나우매거진 포틀랜드, 타이베이, 베를린 편 콘텐츠디렉터
  • 前) ㈜ 블랙야크 마케팅본부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
  •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 MBA
  • 2003-2012 광고대행사, PR 회사 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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