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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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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1년 10월 25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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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한 시골마을, 너무 가난했던 구두장이 세몬은 딱 한 벌 뿐이어서 아내와 돌려가며 입던 양가죽 외투가 더 입을 수 없을 정도로 헤지자, 새 외투를 장만하러 나섭니다.

 

하지만 세몬은 계획과 달리 자신보다 더 가난했던 농부에게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했고 외투 역시 사지 못합니다.

 

홧김에 수중에 있던 돈을 털어 술을 마셔버리는 데다가 교회 담벼락 밑에 쓰러져 있던 벌거숭이 남자에게 낡아빠진 외투나마 벗어주고, 동사할까 싶어 집에 데려가기까지 합니다. 

 

세몬의 아내인 마트료나는 새 외투는커녕, 얼큰하게 취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나타난 남편에게 분노합니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딱한 처지의 청년 미하일에게 곧 마음을 열고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 주죠. 세몬은 오갈 데 없던 미하일을 거둬주고 구두 짓는 일도 가르쳐 줍니다. 1년 쯤 지나자 미하일의 솜씨가 크게 소문이 나 세몬도 궁핍을 벗어납니다.

 

어느 날엔 높은 신분의 관료가 최고급 가죽 부츠를 주문하는데 미하일이 난데없이 슬리퍼를 만들어 세몬을 아연실색하게 합니다. 

 

결국 슬리퍼는 부츠를 주문하고 돌아가던 길에 사망한 손님의 수의로 쓰이게 되죠. 그리고 8년 후, 미하일은 고아가 된 아이들을 정성을 다해 키우고 있는 한 부인이 의뢰한 아이용 신발을 만들어 주고 떠납니다.  

 

19세기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줄거리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미하일은 하느님에게 벌을 받고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였습니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깨닫게 되면 다시 천사로 복귀할 수 있었는데, 세 개의 질문 중 하나가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죠. 

 

여기에서 종교적, 철학적 담론을 논할 일은 아니고, 최근에 ‘나는 무엇으로 사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한 일이 있어서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슬슬 ‘비정상’에도 적응이 되어가나 싶었습니다.

 

마스크만 해도 처음엔 숨이 턱턱 막혀서 ‘이것만 벗어도 살겠다’ 싶더니, 언젠가부터 견딜 만 해 지더군요. 제2의 피부가 되어 준 마스크 덕분에 시간에 쫓겨 대충 끝낸 화장이 미팅 내내 신경 쓰이는 일이 없어졌고, 환절기면 꼭 걸리던 감기도 막아준 존재이니까요. 

 

아무튼, 저희는 ‘이만하면 잘 버텼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던 중이었습니다. 신생 매체가 코로나 시국에도 2년 반을, 미약하게나마 성장하고 생존했으니까요. 그런데 어찌해 볼 수 없는 돈 문제란 꽤 아팠습니다. 

 

좋은 뜻과 의지를 가지고 하는 일이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면 사업적 가치가 있는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죠. 

 

그러다보니 전전긍긍의 결정체인 사람이기도 하고, 해결 능력이 없는 스스로가 화가 나서 응급실 신세까지 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저보다 훨씬 고민이 컸을 세 명의 동료이자 애 아범들이, ‘어떻게든 해 보겠다’더군요. 우습지만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고 믿음대로 한 고비를 또 무사히 넘겼습니다. 세상을 빙빙 돌리던 이석증도 사라져 갑니다.    

 

사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한 답은 소설의 제일 첫 장에 “사랑하는 자들아 서로 사랑하자”는 성경구절을 인용해 이미 나와 있습니다. 지금, 독자 여러분의 곁에 깜깜한 밤 등불 같은 동지가 계신지요. 저는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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